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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 모티브에 대한 상상 몇 가지 본문

Culture

왕좌의 게임 - 모티브에 대한 상상 몇 가지

layne76 2014. 5. 8. 22:21

어쩌다 보니 얼불노(얼음과 불의 노래) 관련 포스팅만 연달아 하는 것 같은데, 뭐 일단 생각난 건 마무리 해야 하니까. 


소설이라는 것도 어차피 그 세계관이나 구성, 스토리에 영감을 준 것들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저자인 George R.R Martin이 아무리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그의 상상속에서 독자적으로 창조되었을 리는 만무할 터. 그가 직접 이건 여기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이런 데서 영감을 얻었다 싶은 부분들이 몇 가지 있다. 


1) 정치 구조 


이건 굉장히 쉬워서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텐데, 소설의 주 무대인 Westeros 대륙(다른 말로 칠왕국, Seven Kingdom)의 정치 관계는 중앙집권적인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인 중세 봉건시대를 참고한 듯 하다. 왕은 존재하고 왕국을 통치하지만 고대 중국이나 현대 국가들처럼 왕이 파견한 관리들이 각 지역을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통치하는 가문이 존재하고, 이 가문들은 또 하위의 소규모 기사/가문들에 의해 지지를 얻는다. 얼핏 피라미드 구조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래서 왕이라 할지라도 각 지역들을 통치하는 가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권력을 유지하지 못한다. 다섯 왕의 전쟁이 큰 전투, 암살 등의 여러 가지 극적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각 지역을 지배하는 하위 가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이전투구로 결론지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세에 왕, 대공, 공작 등 각 국가의 최고 통치자들은 모두 그들에게 충성하는 하위 귀족들, 다시 그 귀족들을 따르는 기사 집단에 의해 지지를 얻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루이 14세로 대표되는 강력한 중앙집권 권력 응집에 의해 현대 국가들의 틀이 잡혔지만 아직 소규모 국가들에서는 왕이 아니라 왕자 또는 대공이 국가의 수반인 경우들이 꽤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 모나코,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이 그렇다. 


2) 지형


Westeros 대륙의 경우 중세 영국의 지형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으리라고 감히 추측할 수 있는 건 아래 그림에 의해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왼쪽은 모 지도에서 가져온 브리튼 섬의 지도이고, 오른쪽은 소설에서 가져온 Westeros 대륙의 지도이다. 두 사진의 중간을 중심으로 대칭이라고 보면 꽤 비슷하지 않은가? 소설 속에서 춥고 산이 많고 넓게 묘사된 북부는 스코틀랜드를 상상하며 만들어낸 결과라고 감히 추측할 수 있다. 



3) the Wall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장성을 쌓는 개념은 진시황만 써먹은 것이 아니다. 로마 제국이 브리튼 섬을 장악했을 당시 섬을 완전히 지배했던 것은 아니었고,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한 북부 지역은 제국의 지배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황제 하드리안(Hadrian)은 북부로부터 침입해 오는 종족들에 골머리를 앓은 나머지 진시황과 비슷한 해법을 적용하여 장성을 쌓았고, 이 흔적은 잉글랜드 북부에 뉴캐슬과 칼라일(Carlisle)을 잇는 거의 직선에 가까운 라인에 걸쳐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지역은 날씨도 그닥 좋지 않고 공업이 발달한 중부와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 목축 위주의 전원 풍경이 가득하며, 하드리안 황제가 쌓은 장성을 따라 길다란 하이킹 루트가 개방되어 Hadrian's Wall 이란 이름으로 도보 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작년에 이 지역을 방문했을 때 마음 같아서는 며칠에 걸쳐 이 장성을 따라 걷고 싶었지만 시간의 제약 때문에 딱 하루 걸어 보았는데 걷기 시작한 지 몇십분 안 되어 동화 속에서나 나올 듯한 풍경에 소설의 Wall이 바로 이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던 곳. 











4) Nine Free Cities


소설에는 Essos 대륙 서부에 아홉 개의 자유도시가 등장한다. Myr, Lys, Pentos, Tyroshi, Braavos, Lorath, Norvos, Qohor, Volantis. 소설에 따르면 이 도시들의 원조는 고대 볼란티스이며, 여기서 해방 노예들이 브라보스를 건설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자유도시들의 모티브는 강한 근거는 없지만 페니키아, 카르타고 등 지중해 연안의 고대 도시국가와 베니스 등 중세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혼합되어 있는 듯 하다. Myr, Lys, Tyroshi 등은 덥고 복식이 고대 그리스와 비슷한 식으로 묘사되며, 브라보스의 경우 베니스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대륙에 인근한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이며, 복잡한 운하로 연결되어 있는 강력한 해양국가로 묘사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이 도시들이 강력한 재력으로 바다 건너 웨스테로스 대륙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기 이전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여 막대한 부를 쌓았던 베니스, 제노아, 피렌체 등의 도시국가를 연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