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인간의 조건 - 밀가루와 고기 없이 살기에 대한 감상

layne76 2014. 5. 11. 01:06

근래 비슷한 식단을 꾸미고 있어서 관심이 가서 평소에 보지 않던 예능프로를 주의깊게 지켜보았는데, 몇가지 오해를 살만한 구석이 있어서 한번 적어본다. 내 생각에도 고기 없이 살기보다는 밀가루(흰쌀, 설탕 포함)없이 사는 게 훨씬 힘들다. 쌀밥이야 그렇다 치고 거의 모든 면류를 다 포기해야 하고, 가공식품으로 시중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모든 제품에는 설탕이 적든 많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야 하는 수고를 피할 수가 없다. 


밀가루, 흰쌀, 설탕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이 식품들이 GI지수가 높아 쉽게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인슐린에 의해 중성지방으로 저장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의 조건에서 이 식품들의 대체식품으로 내놓은 것들은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 설탕 대신 올리고당 또는 메이플시럽, 흰쌀 대신 현미인데 현미와 올리고당은 괜찮은 선택이지만 찹쌀가루나 메이플시럽은 GI지수가 밀가루나 설탕에 비해 별로 낮지가 않아 이 식품들을 피하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밀가루를 피하기 위해 보리 고추장까지 사용하면서 찹쌀과 메이플시럽을 사용하는 건 정말이지 넌센스.


또한 고기 대신 사용한 콩고기도 단지 고기가 아닐 뿐이지 콩고기를 조리하여 시판되는 제품들은 고기를 피해야 하는 이유인 포화지방 함량이 실제 고기와 별 차이가 없다. 더더군다나 고기를 피하는 대신 치즈, 우유, 플레인 요구르트 등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 따지면 채소 빼고는 먹을 게 없고 그나마 채소를 요리할 때 나트륨 함량을 생각하면 고추장, 간장, 된장도 가급적 피해야 하기 때문에 세상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왕 좋은 의도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면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추가)

식단을 바꾸어서 일주일에 몇kg을 뺐다는 등의 이야기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살이 빠지기 위해서는 몸이 취득하는 열량보다 몸이 소모하는 열량이 많아야 하는데 보통 지방 1g이 9Kcal의 열량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자 그렇다면 몸에 다른 성분은 두고 지방만 1kg을 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운동을 통한 에너지 소모 중 지방에 의한 소모는 잘 관리하면 40~5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잘 봐줘서 50%라고 치고, 1주일에 1kg의 지방을 감량한다고 했을 때 몸에 받아들이는 열량과 소모하는 열량의 차이가 18000 Kcal가 되어야 한다. 성인 남자의 하루 평균 섭취 칼로리와 대사량이 2000 Kcal 정도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안먹고 거기다 하루에 600 Kcal씩 운동을 해야만 가능한 일인데, 도대체 어떻게 저런 말들이 나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