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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입장에서의 A380

layne76 2014. 5. 9. 15:31

seatguru 살펴보다가 갑자기 지난번 파리에서 귀국할 때 탔던 A380 생각이 나서. 


업종 종사자로서 A380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비행기이지만 과연 승객에게도 그럴까? A380에 탄다고 더 편안하거나 효율적이거나 하지는 않다. A380을 탄다고 더 맛있는 밥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오래되지 않은 장거리 대형항공기라면 안락함은 오로지 항공사의 좌석배치 정책에 의해서 결정되지 신형 항공기라고 해서 더 편안한 것은 아니다.  


근래 메이저 항공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좌석배치의 대세는 3-4-3에 Pitch는 30~32인치, width는 18인치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 배치다. 사람들이 의외로 간과하는 게 좌석 넓인데, 이게 은근히 안락함에 큰 영향을 미친다. width는 19인치 이상 되는 항공편을 선호하지만 슬프게도 근래 메이저 항공사들은 width를 늘이기는 커녕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19인치 이상 되는 좌석은 일부 북유럽 항공사들에서만 볼 수 있다. 몸집이 매우 커서 18인치에 몸을 집어넣을 수 없는 승객에게 근래의 추세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 팔걸이를 들어 올려 두 좌석을 하나처럼 쓸 수 있다면 두 좌석을 구매해 이용하면 되겠지만 팔걸이가 완전히 들어올려지지 않는 것도 추세이니 말이다. 이 모든 게 결국은 돈으로 귀결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항공기에 더 많은 좌석을 집어넣을 수 있으면 이득이니 가급적이면 좌석 배치를 좁게 하려고 애를 쓰기 마련이고, 그 좁은 좌석배치가 마음에 안들면 비즈니스석 구매하라는 거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편의 좌석 중 안락한 좌석을 알려주는 seatguru의 장점은 매우 훌륭하게 다가왔으나 항공사들이 기를 쓰고 좌석배치 최적화에 힘을 쓴 결과 지금은 대부분의 항공기에서 good seat는 찾아보기 어렵고 bad seat나 mixed review만 늘어갈 뿐이다. 


다시 A380얘기로 돌아와서. A380은 한꺼번에 많은 승객과 짐을 실을 수 있으니 항공사 입장에서는 좋은 항공기일 수 있지만 오히려 승객 입장에서는 더 불편한 항공기이다. 좌석 피치,넓이는 기존 장거리 항공기와 다를 게 없으니 더 안락하지는 않고 오히려 비행기가 훨씬 커짐으로써 탑승 시간, 짐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뿐이니 말이다. 굳이 장점을 꼽자면 유명한 새 항공기에 타봤다는 정도? 면세품 진열코너를 배치해 두었다고는 해도 그게 승객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주 오래되어 개인 엔터테인먼트 기기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항공기만 아니라면 가급적이면 A380이 아닌 다른 항공기를 선택하라고 충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