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2014 NBA Playoff 1라운드 감상평

layne76 2014. 5. 8. 13:33

오늘은 NBA 이야기 한번. 


5월 8일 현재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진행중이다. 지난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굉장히 흥미진진했던지라 2라운드에도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동부건 서부건 상위팀들과 하위팀들간에 정규시즌 성적과 전력의 차이가 분명했던지라 이렇게 치열한 1라운드가 펼쳐질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기에 더욱 흥미를 끌었던 것 같다. 16개팀이 맞붙은 8개의 시리즈 가운데 다섯 개의 시리즈가 최종전인 7차전에서 승부가 났고, 연장전 승부가 여덟 번이나 있었다. 보통 두세 개의 시리즈는 4-0 스윕으로 결판이 나기 마련인데 이번 1라운드에서는 마이애미만이 스윕에 성공했던 것도 특이한 일이고. 그런 흥미진진함에도 불구하고 업셋(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일)이 두번밖에 없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상위팀들이 혼쭐이 난 것은 분명하다. 정규시즌에서 분명해 보였던 전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원인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보면 대개 약간은 티가 나기 마련인 홈코트 어드밴티지가 이번 1라운드에서는 거의 작용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물론 관중들의 열광적인 성원이야 변하지 않는 것이지만 심판 판정도 어느 정도는 홈팀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원정팀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꽤 많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관중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야유를 보냈던 경우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우승의 향방은 더욱 알 수 없게 되었다. 


동부는 1,2위 팀과 나머지 팀들과의 성적, 전력차가 너무나 현격하게 났기에 1,2위인 인디애나와 마이애미 두 팀 중의 하나가 결승에 진출할 것은 명백해 보였다. 사실 토론토와 시카고가 6할도 안되는 승률로 3,4번 시드를 차지한 것도 거의 코미디에 가까운 일이었고. 서부 8위를 차지한 댈러스가 49승 33패로 이 두 팀보다 더 성적이 나았다. 게다가 올스타전 이후 인디애나의 플레이가 거의 최악에 가까워서 1라운드에 7차전까지 가는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사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8위 애틀란타와 맞붙지 않았더라면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인디애나는 이런 최악의 페이스에도 불구하고 하필 컨퍼런스 4강전에서 만나게 된 것이 워싱턴이라 운좋게 컨퍼런스 결승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1차전은 홈에서 패배했지만 말이다. 2위팀인 마이애미의 경우 그렇게 커다란 전력의 누수는 없지만 인디애나의 부진과 거의 동시에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이건 드웨인 웨이드의 부상에 따른 여파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어서 별다른 이변 없이 동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부는 약간 의외인데, 샌안토니오의 경우 주전들의 노쇠와 부상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하고 17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록을 남기는 조직력의 팀이 댈러스에게 이렇게 고전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빈스 카터가 갑자기 회춘모드로 돌변한 댈러스가 잘했던 것도 있지만. 클리퍼스-골든스테이트, 휴스턴-포틀랜드의 경기들은 전력이 비슷한 팀들끼리 화끈한 공격농구로 서로 치고받으면서 보기 드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고, 오클라호마는 아무래도 듀란트가 혹사당하면서 지친 기미가 보이며 멤피스에게 고전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결승은 다시 한번 샌안토니오-마이애미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1) 샌안토니오 : 주전의 노쇠화와 부상이 가장 큰 변수. 지노빌리가 나이가 들며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고, 무엇보다 토니 파커가 부상의 여파로 전 경기를 소화하기 힘든 것이 변수. 토니 파커가 건강히 30분 이상 출장한 경기는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두는 것을 보면 그가 결승전까지 부상 없이 무사히 시리즈를 마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변수일 듯. 


2) 오클라오마 시티 : 샌안토니오와는 정 반대의 색깔. 주전들이 젊고 피지컬한 플레이를 펼치는 팀인데다 노쇠화의 변수도 없고 부상도 없지만 몇 가지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듀란트가 정규시즌에 득점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너무 많이 뛰어 지친 기미가 있고, 무엇보다 이 팀의 폭탄은 포인트가드인 러셀 웨스트브룩이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한 폭발적인 득점력은 인상적이지만, 너무 볼을 많이 가지고 있고 슛을 많이 던진다. 같은 팀에 평균 득점 30점을 넘기며 몇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듀란트도 있는데 그보다 더 슛을 많이 던지는 건 문제가 있다. 이런 선수의 전형답게 성질도 급해서 박빙의 순간에는 시야가 극도로 좁아지고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결론은, 젊은 팀답게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다는 것인데, 초반에 수비를 잘해서 점수차를 벌려 버리거나 교묘한 신경전을 유도해 웨스트브룩을 흥분시키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3) LA 클리퍼스 : 근 2-3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 팀의 강점은 블레이크 그리핀과 디안드레 조던이 지키는 골밑, 그리고 무엇보다 최대의 재산은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인 크리스 폴. 이 팀의 불안요소를 꼽자면 크리스 폴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경기 내내 뛰기가 어렵다는 것, 슈팅가드 포지션의 수비가 약하다는 것 정도인데, 이건 그리핀과 조던이 꾸준한 활약을 펼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이 두 선수는 1라운드에서 골든스테이트의 골밑을 폭격하다시피 했지만, 오클라호마와 마찬가지로 젊은 선수들이라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오늘 오클라호마와의 경기에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4) 마이애미 히트 : 드웨인 웨이드가 부상 여파로 출장 시간이 길지 않은 것과 허술한 골밑과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불안요소. 오로지 르브론 제임스의 힘으로 2-3-4번 포지션을 모두 아우르며 지금까지 올라왔지만 그도 지칠 때가 된 것이고 작년의 샌안토니오처럼 제임스의 돌파를 봉쇄해 버리는 수비를 상대팀이 펼친다면 고전할 것은 분명하다. 


그밖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골밑이 완전히 뚫리며 득점을 허용하고 디안드레 조던에게 수없이 블락당하며 공격이 막히더라도 자신들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끝까지 고수하며 저돌적으로 돌파를 하고 3점슛을 던지는 강인한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뭐 중언부언했는데 나는 샌안토니오의 우승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토니파커의 컨디션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고, 오클라호마가 올라오든 클리퍼스가 올라오든 영혼의 동반자인 포포비치-던컨-파커-지노빌리 조직의 노련함에 휘말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마이애미도 작년만큼의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하는데다 모든 공격의 시발점인 르브론 제임스의 돌파가 샌안토니오의 조직적인 수비에 막혀버리면 사실 마이애미는 별 공격 옵션이 없고 골밑과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샌안토니오에 확실히 뒤지기 때문. 뭐 이런 걸로 스포츠 토토에 걸지는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