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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3일 장수 봉화산

layne76 2014. 5. 7. 22:22

오랜만에 비박산행. 역시 철쭉으로 이름난 봉화산을 찾는다. 전날 초암산을 가보니 꽃이 다 피지도 않았을 뿐더러 개화 상황을 보려고 블로그들을 검색해 보니 평일인데도 봉화산에 사람이 드글거리는 걸 확인하고 잠시 공황에 빠져 산행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이미 약속을 해 둔 걸 어떡하나. 그냥 예정대로 사람들 내려올 시간에 올라가기로 하고 산행 강행. 


산행 들머리는 여러 곳이 있을 수 있다. 산 아래 아영면 쪽 흥부마을에서 올라갈 수도 있고, 백두대간이 교차하는 복성이재에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능선에 오르기까지 시간도 줄이고 차 세울곳과 식수까지 고려해 본 뒤 치재 철쭉군락지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몇년 전만 해도 이 산허리를 감아도는 길은 지방도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찻길마저 바뀌었으니 산길 계획 짜는데 혼란만 온다. 일단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두시가 넘어 완전히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이 만차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뭐 주차장 바로 옆에 이렇게 철쭉 군락지가 있으니 사람 많은 것도 당연하지만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미안하게도 이쪽의 제법 드넓은 철쭉밭에선 꽃이 거의 져버렸다.  이렇게 사진으로 놓고 보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 위로 주욱 뻗은 계단, 경사도가 꽤 된다. 



내려올 때 확인한 거지만 저 너머 능선이 소위 한반도 형상을 닮았다는 산세. 그러고 보니 제주도와 위치가 비슷한 조그만 야산까지 앙증맞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전망대를 바라보며. 철쭉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이미 다 졌어야 할 참꽃(진달래)가 왜 이제야. 




시속 1.5km의 거북이걸음으로 헉헉거리며 두시간 남짓 길을 올라 봉화산 정상 도착. 백두대간의 일부인 이곳은 사방으로 전망이 탁월하다. 



제일 먼 곳의 가운데 봉우리가 반야봉, 그 반야봉을 가리고 있는 건 지리산 서북능선. 



어제만 해도 연무 때문에 시야가 아주 안좋았는데 오늘은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조망이 탁 트여 기분이 좋아진다. 지리 주능을 바라보며. 



북쪽 방향 백두대간길. 새해 첫날이면 저 중간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리곤 한다. 



잠시 쉬다가 집 지어놓고 저녁 준비 시작. 배가 고픈데 요새 식단조절 하느라 고기는 못 가지고 올라오고 대신 회로. 남들이 회 짊어지고 올라온 건 몇번 얻어먹어 봤어도 직접 짊어지고 올라온 건 처음. 삼천포 어시장에서 한마리 3만원하는 감성돔 한마리 잡고, 양이 모자랄까봐 우럭 만원어치 추가요. 



한창 먹고 있는데 해가 진다. 매우 기분좋은 저녁일 수 있었는데 어제의 나처럼 해질녘에 꽃사진 찍겠다고 올라온 일행 서너명이 계속 주위를 어슬렁거려 귀찮게 한다. 





다음 코스는 볼락 구이. 



오천원 주고 사온 백합조개 몽땅 투입해 국도 끓이고. 



낮에 기온이 거의 28도까지 올라가 상상도 못했는데 해가 지자마자 기온이 급강하했다. 여름침낭밖에 챙겨오지 못해 무척 당황스러운 밤. 이것저것 옷가지 껴입고 간신히 두세시간 눈 붙이고 난 뒤 아침 해가 뜨자마자 아침 챙겨먹고 하산하기로 결정. 일어나 보니 구름이 잔뜩 끼어 일출은 보기 어려웠지만 조망은 여전히 최고다. 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지리 능선이여. 









하산은 사람들 많고 좁아 이리저리 치일 것이 분명한 등산로를 피해 산을 비잉 옆둘러 임도로 내려가기로 결정. 능선을 두고 주차장 반대편에 도착하니 막상 이쪽은 꽃들 때깔이 곱다. 군락을 이루었다면 훨씬 좋으련만. 





이렇게 해서 게으른 꽃구경 산행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