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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일 보성 초암산

layne76 2014. 5. 7. 22:04

그놈의 꽃이 뭔지. 


봄이 시작되기만 하면 여름이 올 때까지 온 나라의 온 산들이 꽃구경 나온 산객들로 넘쳐난다. 3월부터 동백, 매화, 벚꽃, 진달래, 마지막으로 철쭉에 이르기까지. 원래 산이란 건 도시의 혼잡함을 벗어나 한적함을 즐기기 위해 힘들여 가는 것이었는데 이쯤 되면 거의 주객이 전도되어 풍경이 아니라 사람구경 하러 산에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 바글거리는 데에는 발도 들이기 싫지만 꽃이란 녀석이 마냥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고 잠깐 피었다 지어버리는 것이니 어쩔 수 있나. 되도록이면 사람들 발길이 적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그것도 평일을 골라 꽃구경 나서 본다. 


전남 보성에는 철쭉으로 이름난 산들이 꽤 있는데 전국 최대 철쭉 군락지라는 일림산을 비롯, 일림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제암산, 약간 거리가 떨어진 초암산이 다 철쭉으로 유명하다. 내 생각엔 일림산은 철쭉을 빼면 볼 것 없는 평범한 산인데다 평일이라곤 해도 관광버스 물결을 벗어날 순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나마 좀 덜 알려진 초암산에 금요일 오후 늦은 시각에 산행에 나서 본다. 원래 의도는 해가 저물 때 그 빛을 받은 철쭉밭을 구경하는 것이었는데, 한시간 남짓 헉헉거리며 정상에 올라가 보니 꽃이 완전히 피지도 않았고, 해가 완전히 저무려면 시간이 꽤 남아 빛깔도 그닥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그저 한적한 풍경에 잠시 행복한 기분에 젖어 감사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