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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 현재까지 단상

layne76 2014. 6. 22. 19:26

이번 월드컵에 대한 단상 몇가지. 


1) 흥미진진한 경기들이 많아서 좋기도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종적을 감춘 부부젤라. 남아공 월드컵 때 중계 해설진의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만큼 컸던 부부젤라 소리에 얼마나 짜증이 났던지. 그게 계속 유행을 타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에서 부부젤라를 불던 인간도 있었더랬지. 


2) 세계 1,2위를 다투는 유명 리그를 자국에 갖고 있으면서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도 광적이고, 젊은이들은 성공하려면 락음악을 하거나 축구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축구에 목을 매는 인구 6천만명의 대국인 영국은 왜 맨날 월드컵에서 쳐 지냔 말이지. 인구 3백만명밖에 안되는 우루과이의 월드컵 성적을 보면 축구수준이라는 게 꼭 인구나 축구에 대한 열기와 비례하는 것은 아닌 듯. 하긴 인구비례라면 중국이나 인도가 모든 스포츠를 섭렵했을 테지. 


3) 세계적인 축구리그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의 장점은 그 리그에서 제일 잘나가는 팀의 스타일을 국가대표팀에도 도입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지난 메이저 3연패를 이룬 스페인도 바르셀로나 스타일의 티키타카 스타일을 위주로 했고, 실제로 절반 이상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었음. 독일은 근 2-3년간 리그 최강팀인 바이에른 뮌헨 스타일로 가고 있고, 영국은 이번 시즌 급부상한 리버풀 스타일로 변신, 실제로 리버풀 선수들 위주로 국대를 꾸렸다. 물론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스털링, 스터리지와 같은 젊은 피를 수혈하여 리버풀 스타일을 도입한 영국의 플레이는 이전 만년 우승후보로만 불리고 8강 이전에 탈락하던 지루한 영국의 모습보다는 훨씬 나았음. 이 얘기를 왜 하는가 하면 강력한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벨기에가 의외로 엉망진창인 조직력에 기인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준 이유가 바로 자국에 강한 리그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해서. 실제로 자국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한명도 없는 첫번째 대표팀이라고. 선수들이 아무리 유망해도 세계 각국 팀에 흩어져 플레이하는데 한팀에 모아놓은들 갑자기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리가 있나. 


4) 최전방 3인의 이름값과 골 결정력만 따지고 보면 아르헨티나가 가히 최강이다. 메시+이과인+아구에로라니 그저 감탄스러움. 하지만 의외로 아르헨티나가 다득점 경기를 펼치지 못하고 고전하는 이유는 강력한 수비에서 출발하여 최전방으로 공을 찔러줄 수 있는 미드필더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공격수들이 유연하게 패스, 돌파, 볼 키핑 및 슈팅이 모두 가능한 네덜란드와 독일이 역시 최강이 맞는 듯. 


5)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나는 스포츠라는 건 물론 이기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재미있고 보는 이들에게 흥분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경기를 재미있게 하는 건 역시 화끈한 공격력, 불꽃처럼 터지는 골, 팽팽한 접전 뭐 그런 거다. 그런 면에서 나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팀들을 싫어한다. NBA에서도 시카고, 샌안토니오 등을 싫어하는 이유가 수비 위주의 재미없는 경기를 펼치기 때문인데,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 특히 이란이 펼치는 전원수비 경기는 정말 욕먹어야 마땅하다. 재미없는 건 둘째치고 이기려는 노력조차 안보이는 무조건 수비라니 도대체 월드컵엔 왜 나온 걸까? 물론 전력상 열세인 팀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 수비 후 역습인 것은 맞지만 아틀렌티코 마드리드의 수비는 예술적이기라도 하지, 이건 제3자 입장에서 보는 사람들도 지루하게 만들어버리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