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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NBA 파이널 4차전 관람평

layne76 2014. 6. 13. 21:48

손목이 부러져 깁스 풀려면 5일이나 더 있어야 하는데도 오늘 본 경기가 하도 어이없어서 참지 못하고 한번 끄적거려 본다. 원래 나의 예상은 샌안토니오와 마이애미가 결승에서 맞붙어 샌안토니오가 4-2 정도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었고, 지금까지는 거의 예상대로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보는 재미라는 측면에 있어 스포츠는 접전이 펼쳐지는 상황이 바람직한데, 마이애미가 두경기 연속, 그것도 홈에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이며 완패하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마이애미가 빅3라는 말도안되는 라인업을 구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약점으로 가지게 된 것이 몇가지 있는데, 지난 몇년간 주구장창 내가 떠들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다. 2,3,4번 포지션에 웨이드, 제임스, 보쉬라는 수퍼스타를 보유하게 된 반대급부로 형편없는 수준이 되어버린 포인트가드와 센터 포지션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야 빅3의 능력으로 나머지 포지션의 약점을 커버해 왔고, 특히 르브론은 거의 1인 3역을 하다시피 했다. 문제는 샌안토니오와 같이 강력한 조직력과 수비를 자랑하는 팀에게는 이게 먹혀들지를 않는다는 것. 마이애미의 공격은 의외로 굉장히 단순한데, 르브론이 볼을 쥐고 돌파 - 골밑까지 무사히 닿으면 르브론의 레이업 또는 덩크- 중간에 막히면 아웃렛 패스에 의한 3점 시도가 되겠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조직적인 수비를 들고 나와 르브론의 돌파 루트를 원천봉쇄해 버렸고, 결과적으로 볼은 외곽에서만 돌다가 무리한 돌파 또는 3점슛 시도로 이어졌다. 경기를 보면 샌안토니오는 파커나 지노빌리, 또는 디아우의 골밑접근 이후 패스가 연달아 3번 이상 외곽으로 돌아가면서 노마크 외곽슛 찬스를 쉽게 잡는데, 마이애미는 아웃렉 패스를 받은 사람부터 패스가 이어지지 않고 수비가 근접한 상태에서 3점슛을 던지거나 몇발짝 드리블 후 무리한 점퍼를 던진다. 이게 될리가 있나. 


수비에서 포지션 붕괴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는데, 골밑을 지키는 강력한 수비-리바운드형 빅맨의 부재 때문에 스크린을 받고 골밑으로 돌진하는 파커,지노빌리,디아우를 막기 위해 빅맨이 트랜지션으로 수비를 나오고, 원래 수비수도 놓쳤다는 생각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다가온다. 이때 패스가 바깥으로 돌고 몇차례 이어지면 바로 3점슛 찬스다. 골밑에 서지 이바카처럼 수비가 강력한 빅맨이 있으면 돌파하는 사람에게 더블팀을 가거나 이미 놓친 공격수를 따라 골밑으로 들어올 필요 없이 골밑의 동료에게 수비를 맡겨버리면 된다. 이런 빅맨이 없다면 최소한 빠른 다리를 가져 파커의 돌파를 저지하거나 아니면 뛰어난 공격력을 가져 파커에게 수비 부담을 지워주는 포인트가드가 필요한데, 찰머스는 최악이다. 근 몇경기 득점보다 파울, 실책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마이애미보다는 OKC가 샌안토니오에게는 더 어려운 상대였던 듯 하다. 이바카는 강력한 수비로 샌안토니오 빅맨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워주었고, 러셀 웨스트브룩은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파커에게 부담을 주었으며, 무엇보다 듀란트를 막기가 르브론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듀란트는 뛰어난 외곽슈터인데 반해, 르브론은 돌파 위주라서 조직적으로 돌파만 차단해 버리면 득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듀란트의 미친듯한 3점슛은 정말 막기가 어렵다. 


감독의 역량차이에 의해 조직력이 차이를 보이다보니 어째 마이애미 주전 도합이 샌안토니오 벤치조합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거 의외로 4-1로 시리즈가 쉽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듯. 뭐 샌안토니오의 경기를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마이애미의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느니 차라리 빨리 끝나는게 나을지도.